공연

미하일 플레트네프 피아노 리사이틀 - 어린아이 같은 노장의 여유

이 세상 아세연 2025. 6. 16. 22:57

미하일 플레트네프 피아노 리사이틀

운 좋게 초대권을 받아서 간만에 피아노 공연을 갔다. 

워낙 유명한 노장 피아니스트의 공연인데다가 프로그램이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소나타 두 곡을 연주하는 것이라 클래식 초보인 친구와 함께 가도 부담이 없었다. 

미하일 플레트네프 리사이틀 프로그램

그리그의 서정 소곡은 나에게도 낯설었는데 역시 그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목에 충실한 회화적인 작품이었다. 소박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곡들이었는데, 플레트네프가 거품기처럼 더 부드럽게 연주해서 극대화된 것 같았다.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이제 거의 만으로 68세이니만큼 아주 파워풀한 연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석이 아주 재밌었는데,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소나타인 비창과 월광을 정말 자기만의 식으로 연주했다. 들으면서 그의 엄청난 고집과 자신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유명한 소나타를 이렇게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은 나이든 거장이 아니라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연주였다. 조성진, 임윤찬 같은 연주자는 아직 절대 이정도로 자유로운 해석으로 자신감 있게 연주할 수 없을 것이다. 

Mikhail Pletnev 피아노 연주

이렇게 어린아이와 같이 연주를 하는 모습에 울림이 있었다. 그리고 플레트네프는 정말 피아니시모를 잘 연주하는 연주자인듯하다. 러시아 피아니스트에게 이런면이 있다는게 참 묘하다. 듣다보면 부드러운 초봄의 아주 연한 연두색 잔디밭이 생각나는 연주이다.

개인적으로는 비창보다 월광이 조금 더 좋았다. 하지만 비창의 해석이 너무 재밌었다. 

미하일 플레트네프 앵콜

연주가 끝나고 앵콜을 받아 인사하러 나왔는데 어떤 여자분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해주셨다. 의문스러워 보였지만 잘 받아서 들어가는 모습이 뭔가 귀여웠다 ㅎㅎ

 

우레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앵콜을 2곡이나 들을 수 있었다. 

미하일 플레트네프 앵콜 곡

첫 곡은 역시나 그리그였다. 그의 거품기같은 부드러움이 잘 어울렸고, 다음곡은 전세계 사람들이 아는 쇼팽의 녹턴을 쳐줬다. 그의 부드러운 연주와 쇼팽이 잘 어울리는 것은 말하면 입아플 정도이다. 

부드러우며 어린이 같은 자신만의 순수한 세계를 평생 그린 음악가의 음악을 오랜만에 만나니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